테마, 푸드


세계적 장수마을의 비결 식품

글_이원종(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늙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필자는 이번 호에서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알려진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이탈리아의 캄포디멜라, 중국의 바마현, 일본의 오키나와를 둘러보고 그 비결 식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세계지도

에콰도르의 빌카밤바(Vilcabamba) - 유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인 빌카밤바(Vilcabamba)는 남미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에콰도르에 있다. 이 지역의 주민들 중에는 유난히 노인이 많다. 실제로 100세 이상 노인이 현재 12명이나 살고 있다. 이 마을에는 90대의 노인들이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90대에도 정정하게 밭일을 하는 이곳 주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그 비결의 음식은 바로 ‘유카’이다. 유카는 우리나라의 마와 비슷하게 생긴 뿌리채소로 겉은 갈색이지만 속은 희다. 유카는 대부분 삶아서 먹거나 과자나 빵 등을 만들어 먹는다.

이탈리아의 캄포디멜라(Campodimelle) - 콩

이탈리아 캄포디멜라(Campodimelle)는 로마에서 남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캄포디멜라의 장수음식은 콩이다. 특히 콩으로 만드는 수프는 이곳 지중해 음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콩을 물에 하룻밤 정도 불린 다음, 야생 버섯이나 마늘, 파 등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인 후에 빵 조각 위에 붓고 올리브오일을 조금 넣어 만든다. 로마대학의 쿠기니 교수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캄포디멜라 노인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콩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 주민들이 즐겨 먹는 콩은 매우 다양하다. 옥수수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수세키아(Cicerchia), 표면이 매끄럽고 기다란 흰콩 파즐리(Fagioli), 병아리 콩이라고 불리는 체이지(Ceci)콩, 벽돌색의 렌틸콩(Lentils)등이 있다. 그 중 렌틸콩은 최근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에서 우리나라의 김치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소개한 식품으로 인도사람들이 많이 먹는 콩이기도 하다.

유카와 콩

중국의 바마현 - 곡물 죽

중국의 바마현은 세계 5대 장수마을의 하나로 100세 이상의 노인이 86명이나 살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음식을 챙겨먹을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이 지역은 먹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 세끼를 지역에서 재배한 곡물로 죽을 쑤어 먹는다. 주요 재료로는 옥수수와 쌀이 있는데 옥수수죽과 쌀죽은 먹는 데 무리가 없고, 위에 부담도 덜하기 때문에 소화도 잘된다. 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병이나 암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
바마현의 장수 비결 음식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금을 넣지 않고 자연 본연의 맛을 최대한 즐기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맛은 싱겁고 밋밋할 수는 있으나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비결이니 꼭 기억해두도록 하자.

일본 오키나와 - 콩, 두부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오키나와는 일본 내에서도 장수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손꼽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콩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타 지역에 사는 일본인들보다 콩을 무려 1.5배나 더 먹는다고 한다. 특히 이 곳에서는 일반 두부의 약 세 배 무게를 가진 일명 ‘오키나와 두부’를 즐긴다. 이 재료는 된장국, 고야 요리, 소바 등 대부분의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며, 별식으로 1∼2cm 작은 크기의 생선으로 만든 젓갈을 두부에 얹어서 먹기도 한다.
콩을 많이 먹는 노인들은 ‘플라보노이드’라는 식물성 천연 에스토로겐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으며 뼈 손실을 막는 기능으로 인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암을 예방하기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한 최고의 장수 비결 식품이다.

콩과 두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은 대개 해발 1,500~2,000m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외부와는 격리되어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자급자족하는 것에 익숙해져 나이가 들어서도 밭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하며 튼튼한 체력을 갖게 된다. 장수의 조건으로 꼽히는 소식(小食), 맑은 공기, 깊은 수면, 장수 비결 식품 섭취 등도 고루 갖췄다. 우리도 백세시대에 맞춰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전 세계 장수인이 갖고 있는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글을 쓴 이원종은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텃밭이 좋아 도시생활을 접고 강릉의 농가주택에서 살아간다. 이를 계기로 KBS TV 생로병사의 비밀을 비롯해 MBC 스페셜, SBS 건강 스페셜 등 다수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잡지 및 신문에도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최근에는 <삶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라>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