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는 그런 곳이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도시.
슬라브어로 '사랑하다(Ljubiti)'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거리 곳곳에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류블랴나 성 아래로 류블라니차 강이 유유히 흘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른다. 밤이면 강을 따라 늘어선 아르누보풍 건물에 자리한 노천카페가 더욱 로맨틱해진다.
해라처럼 황금빛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인다면 시간을 그대로 멈추고 싶어서, 처음 만난 이에게 흑기사가 되어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잔을 받아든 수호처럼 '마실 순 있는데, 그러면 나랑 늦게까지 있어야 해요.' 라고 속마음을 툭 말해버릴 수도.
류블라니차 강 위에 놓인 다리는 밤낮으로 저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그 중 수호와 해라가 우연히 만난 메사르스키 다리에는 수많은 연인이 남긴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다리 건너 국민 시인 프란체 프레셰렌의 이름을 딴 프레셰렌 광장에도 애잔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광장 한가운데 동상으로 남아있는 프레셰렌의 시는 슬로베니아 국가로 쓰이며,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존경 받는 인물이다. 이런 시인에게도 가슴 아픈 사랑이 있었으니, 동상의 시선이 향하는 노란 건물 창가에 새겨진 조각상이 그 주인공 율리아다. 프레셰렌은 율리아와 신분과 나이차 때문에 고백도 못 해본 채 48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둘의 동상을 마주 보게 설치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