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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떠나다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 영화 ‘화양연화’ 촬영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영화 속 배경,
앙코르 유적지

새벽의 어스름을 몰아내는 태양이 떠오르면 신들의 도시가 살아난다. 황금빛으로 반짝였을 앙코르 왕국의 사원들이 기지개를 켠다. 앙코르 왕조 천 년의 역사가 꿈틀거린다.

우리나라로 치면 후삼국 시대에서 고려 시대쯤에 앙코르 왕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석조 신전인 앙코르와트를 건설하고 그들의 찬란한 문명을 뽐냈다. 캄보디아가 동남아시아를 호령하던 그 시절에 한 시대를 풍미한 왕조가 얼마나 근사한 문화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앙코르 유적지에 가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앙코르 유적은 앙코르 왕조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9세기에서 13세기에 지어진 방대한 크메르의 사원들을 통칭한다. 좁게는 시엠립 시내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앙코르와트와 그 주변의 사원들을 말하고, 넓게는 톤레삽 호수의 북쪽에서부터 프놈 쿨렌까지 이르는 방대한 면적의 사원들을 아우른다.

영화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홍콩의 영화감독 왕가위의 2000년도 작품이다. 배경은 1962년 홍콩, 상하이 출신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로 한 집엔 신문기자인 차우(양조위 분) 부부가 살고, 옆집엔 무역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수리첸(장만옥 분) 부부가 산다. 어느 날 차우는 수리첸의 핸드백이 자기 아내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수리첸은 차우의 넥타이가 자기 남편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눈치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다가 차우의 아내와 수리첸의 남편이 같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쓸쓸하고 외로운 두 사람은 아파트의 복도에서, 국수를 사러 가는 좁은 계단에서 서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난다. 스칠 때마다 미묘한 감정이 싹튼다. 장만옥은 고혹적이고 양조위는 중후하다. 두 사람은 배우자의 외도를 알면서도, 둘 사이에 피어나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섣불리 가정을 포기하지 못한다. 몽환적인 선율과 느린 화면이 애절함을 더한다. 차우는 수리첸에게 이렇게 말한다. “옛날에는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으면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산에 가서 나무에 난 구멍 속에 비밀을 속삭이고 진흙으로 봉했어요. 비밀을 영원히 묻어두는 거죠.”

두 사람이 기약 없이 헤어진 지 10년이 지나 차우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찾아간다. 차우는 앙코르와트 사원의 돌기둥 속 뚫린 구멍에 오래도록 무언가를 속삭인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그 찬란했던 기억을 앙코르와트에 영원히 봉인한다. 그렇게 사랑을 묻는다.

영화 '화양연화' 속 명소

앙코르와트
Angkor Wat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상징이자 앙코르 문명의 꽃이다. 세계 최대의 종교 건축물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기도 하다. 해자를 건너 성벽을 지나 참배로에 서면 압도적인 크기의 앙코르와트가 신비로운 조각을 품고 완벽한 대칭과 균형 감각을 뽐내며 우뚝 서 있다. 누구라도 앙코르와트를 처음 만나면 그 위용에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앙코르와트는 가로 1.5km, 세로 1.3km의 크기로 하나의 도시에 가깝다. 성벽을 감싼 해자는 폭이 200m이며, 시엠립 강에서 물을 끌어들였다. 해자는 신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을 구분 짓는 경계이자 우주를 감싸는 바다를 의미한다. 앙코르와트의 회랑은 메루 산을 감싸는 산맥, 중앙에 우뚝 솟은 중앙 성소탑은 메루 산을 상징한다. 앙코르와트는 힌두교의 우주를 지상에 재현해냈다.

‘화양연화’의 양조위는 이곳에 비밀을 묻는다. 천 년을 아무 말 없이 크메르 왕국의 비밀을 지키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비밀을 묻기에 적당한 곳이 아닐까.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는 돌 위에 가만히 손을 대면 천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담은 돌에게서 한낱 백 년도 못사는 인생사를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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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추천하는 앙코르 유적지 핫 스팟

바이욘 Bayon

앙코르와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앙코르 톰으로 향한다. 앙코르 톰은 12세기 앙코르 왕국의 마지막 수도다. ‘앙코르’는 거대하다는 뜻이고 ‘톰’은 도시라는 뜻이다. 앙코르 톰은 완벽한 물 공급망과 방어체제를 구축한 앙코르 제국 최전성기의 계획도시다. 한 변의 길이가 3km에 달하는 정사각형에 8m 높이의 성벽을 세워 도시를 감쌌다. 도시의 중심에 바이욘 사원이 있다. 앙코르 톰의 동서남북 성문에서 시작된 모든 길은 중심인 바이욘으로 향한다. 바이욘은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석조사원으로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한다. 여행자들에게는 신비로운 사면상의 미소로 유명하다. 37개의 탑에 117개의 얼굴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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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 탑에 새겨진 얼굴은 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쏟아지는 햇살이 만들어 낸 그림자에 따라 천만 가지 표정을 만난다. 누구의 얼굴인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초기 학자들은 힌두 신화의 브라흐마라고 주장하지만 바이욘은 불교사원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이라는 주장도 있다. 혹은 부처의 화신을 자처하던 당시의 왕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바이욘의 석상을 만나면 마치 큰 바위 얼굴을 만나는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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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프롬 Ta Prohm

하늘로 죽죽 뻗은 스펑나무의 뿌리가 유적을 휘감았다. 한때는 폐허 속에서 긴 세월을 살아냈을 나무들이 예사롭지 않다. 나무와 유적이 어우러진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를 만든다.
타 프롬은 사원이라기보다 위성도시에 가까웠다. 2,500명이 넘는 성직자와 1만2천 명의 하급 성직자가 상주하며 사원을 관리했고, 무희가 600명이 넘었으며, 노예를 포함한 총 거주 인원이 8만 명에 가까웠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타 프롬은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안젤리나 졸리는 노란 날개를 팔랑이는 나비를 따라 마치 환상 속으로 들어가듯 어두운 문으로 들어간다. 문 위로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실커튼처럼 늘어졌다. 유적 위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스펑나무가 어마어마하다. 사람이 늘 많아서 줄을 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기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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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 스트리트 Pub street

아침부터 저녁까지 앙코르 유적을 둘러본 여행자들은 시엠립 시내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계획한다. 펍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여행자 거리에는 매일 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누군가에게는 앙코르 유적지만큼이나 매력적인 보물이 가득한 쇼핑 스팟이고, 누군가에게는 유적지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오아시스이며, 누군가에게는 밤마다 즐길 거리가 가득한 화끈한 클럽 거리이기도 하다.

펍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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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피아노
Red Piano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툼레이더’를 촬영하는 동안 자주 이곳에서 칵테일을 마셨다고 해 유명해진 펍 스트리트의 랜드마크다. 그녀가 마시던 칵테일은 ‘툼레이더 칵테일’이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촬영을 끝내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곳에서 그녀가 마시던 칵테일을 마신다는 즐거움 때문에 언제 가도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낮에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리기에 좋고, 저녁에는 2층에 앉아 식사하기에 좋다. 크메르 음식보다는 파스타나 피자 메뉴가 더 입에 맞는다.

메이드 인 캄보디아 마켓
Made in Cambodia Market

수준 높은 로컬제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이다. 시엠립의 유명 갤러리와 실크 숍, 캄보디아의 아티스트들이 동참해 수준 높은 제품들을 선보인다. 정성껏 손으로 만들어 낸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부터 품질 좋은 캄보디아 실크로 만든 가방과 스카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운이 좋다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손놀림이나 압사라 댄스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마켓을 둘러싸고 맛집도 많아서 기념품을 구입하고 크메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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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배나영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하고, 여행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의 고정코너 ‘여행왓(What)수다’를 진행한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 광활한 자연과 인간의 문명이 조화로운 곳을 사랑한다. <리얼 방콕>, <리얼 다낭>, <호치민 홀리데이>, <앙코르와트 홀리데이>를 썼다. Instagram @lovelyba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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