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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우울증에 빠진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아이들에게도 우울증이 생길까? 많은 어른들이 아이의 삶을 그저 편하게만 여기고 있다. 부모가 벌어주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 자고, 놀고,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아 우울증은 실제로 존재할뿐더러 꾸준하게 늘고 있다.

말안듣는 아이

소아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정신 사회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가족력이 있을 때, 즉 부모나 일차 친척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 신경내분비학적 요인(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의 이상, 성장 호르몬의 분비 이상 등), 신경생화학적 요인(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이상), 신경해부학적 요인(편도체의 크기 감소, 외측 내실 비대칭성의 역전, 좌측 전부 기저핵의 이상 등)이 있다. 정신 사회적 요인은 사랑하는 대상의 실제적인 또는 가상적인 상실, 부모-자녀 관계의 문제, 아동학대, 방임, 인지 왜곡(자기 자신, 세상,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등이 있다.

아이가 슬픈 표정, 신체적 호소(두통, 복통 등), 안절부절못함, 분리불안, 공포, 집중력 부족, 짜증의 증가, 친구들과의 잦은 다툼, 식사 양의 감소, 불면 등의 증상들을 보일 때 소아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다음은 부모가 체크해 볼 수 있는 소아 우울증 진단 항목들이다.

소아 우울증 진단 항목

한편, 우울함을 느끼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놀이나 육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이가 즐거움을 느낄만한 놀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놀이, 활동(미술, 음악, 체육, 오락, 게임 등)을 제공해준다. 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놀이나 활동으로 아이의 관심을 유발한 후 즐거움을 경험하게끔 만든다. 예컨대 아이에게 재미있는 내용 또는 멋진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주말에 가족 여행을 나서거나, 놀이공원이나 각종 체험을 가거나, 특별한 간식을 만들어주거나, 가족 외식을 가짐 등이 아이의 우울감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와의 대화법도 궁금할 수 있다. 부모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끄는 것이 좋을까?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감적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교훈적으로 설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 나 요새 어린이집 다니는 것이 싫어.”라고 말하면, “그래. 어린이집 다니는 것이 싫구나. 무엇이 싫은지 우리 OO의 말을 들어보자.”라고 반응하자. 그런 다음에 “우리 OO가 어린이집을 싫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엄마와 함께 생각해 보고 얘기해 보자.”라고 덧붙일 수 있다. 즉 공감과 이해를 먼저 해 준 다음에 아이의 속마음을 보다 더 탐색해서 확인한 후 문제 해결을 함께 해나가는 방식의 대화법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이 싫으면 어떻게 해? 어린이집을 즐겁게 다녀야 해. 그래야 나중에 학교도 잘 갈 것이야.” 등의 당위론적인 말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힘든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을 것이고,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