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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떠나다

소중했던 날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영화 ‘클래식’ 촬영지, 아산 외암마을

영화 속 배경,
아산 외암마을

기와지붕, 초가지붕 할 것 없이 주홍색 감이 주렁주렁 늘어졌다. 6km에 달하는 자연석 돌담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길을 드러낸다. 돌담 위로는 탐스러운 박과 호박이 열렸다.

초가지붕이 둥그스름하게 마을의 실루엣을 그려내는 외암리 민속마을은 여전히 구수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충청지방 고유의 격식을 갖춘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다. 중요민속문화재 236호로 지정된 외암마을에는 가옥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감찰댁, 교수댁, 종손댁처럼 택호가 정해져 있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직접 담근 장을 파는 집도 있고, 엿 만들기 체험이나 천연 염색 체험을 하는 집도 있다. 마을에서 고구마 캐기, 청국장 만들기, 전래놀이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진행한다. 민박도 운영하니 옛집에서 하루를 묵으며 고즈넉한 마을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겠다. 홈페이지( www.oeam.co.kr)에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영화 '클래식' (The Classic, 2003 )

첫사랑에게 마음을 전할 때는 손편지가 제격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손편지를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영화의 여운이 더욱 길게 남았을 테다. 풋풋한 조인성, 청순한 손예진, 앳된 조승우가 연기하는 청춘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지금 다시 보면 촌스럽고 오글거리겠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클래식'하다고 해두자.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게 하는 주희(손예진 분)와 준하(조승우 분)의 만남이 싱그럽고, 무지개와 반딧불이 그려내는 비 갠 날의 풍경이 참 곱다. 주희의 딸 지혜(손예진 분)는 아빠와 엄마가 주고받았던 편지와 일기장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옛 시절을 되살려낸다.
지혜는 연극반 선배인 상민(조인성 분)을 만나, 마치 엄마의 뒤를 잇듯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시작한다. 비가 오는 날 상민이 웃옷을 벗어 우산처럼 뒤집어쓰고 지혜와 함께 캠퍼스 곳곳을 뛰어다니는 장면은 클래식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 손가락에 꼽는 명장면이다.
준하와 주희가 처음으로 만나는 시골 마을이자, 준하가 방학을 보내는 시골집, 주희의 할아버지 댁의 배경이 바로 외암마을이다. 초가집 지붕 밑으로 소리 없이 내려오는 첫눈을 바라보면 누구나 준하처럼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영화 '클래식' 속 명소

외암마을

마을 어귀의 다리를 건너 조금 걸어 들어오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외할머니의 외할머니댁으로 놀러 온 기분이다. 기와지붕, 초가지붕 할 것 없이 주홍색 감이 주렁주렁 늘어졌다. 곶감을 만드는 모습이 예쁘고 정겹다. 알록달록한 가을 색이 아름답다. 누렇게 물든 논 위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던 허수아비는 바람이 불어 황금빛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덩달아 춤을 춘다.

북쪽의 설화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 안았다. 6km에 달하는 구불거리는 돌담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돌담 위로 호박과 박이 탐스럽게 열렸다. 외암마을의 길이 어찌나 구불거리며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지, 엿을 팔러 마을에 들어왔던 엿장수가 나가는 길을 못 찾아 헤맸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충청지방 고유의 격식을 갖춘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과 정원은 일부러 지은 민속촌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살아있는 민속촌이다. 집집마다 체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통 엿을 만들거나 천연 염색을 해볼 수도 있고, 짚풀로 계란 꾸러미를 만들 수도 있다.

직접 만든 전통 식혜나 된장, 고추장, 조청, 연엽주 등을 판매하니 방문 기념으로 사가도 좋겠다. 충남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쌀과 누룩, 연잎으로 빚어 임금님께 진상하던 술로 유명하다.

초가마을

작가가 추천하는 아산 원데이 트립 코스

지도

영인산 자연휴양림

갈대가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가을을 반긴다. 영인산 자연휴양림 수목원의 습지 지구에서는 하루종일 은빛 갈대가 춤을 춘다. 영인산 수목원에 주차를 하고 수목원 습지 지구까지 약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자.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길이 걷기에 심심하지 않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갑자기 확 트인 잔디광장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늘마다 돗자리를 펴고 여유를 즐긴다. 금빛으로 물든 잔디밭 너머로 은빛으로 출렁이는 갈대숲이 있다. 생태연못으로 조성한 데크 주위로 갈대가 너울대는 풍경이 황홀하다.
영인산은 예로부터 산이 영험하다고 해서 영인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맑은 날이면 산 정상에서 서해바다와 삽교호, 아산만 방조제와 아산만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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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사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숙종 32년에 세워진 사당이다. 숙종임금이 현충사라는 현판을 내렸다. 일제강점기에 충무공의 묘소가 은행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을 때 전국 각지로부터 성금이 모여 1932년 현충사를 다시 세우게 되었다. 현충원에는 충무공이 살았던 옛집도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집 옆으로 두 그루의 근사한 은행나무가 활터를 내려다본다.

현충사 본전으로 가는 길에는 소나무들이 절이라도 하는 듯 납작 엎드렸다. 마치 위대한 인물에게 존경을 표하는 듯하다. 향 내음이 피어오르는 현충사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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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

온양민속박물관은 사립민속박물관이다. 한국인의 전통생활 문화사를 한눈에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한국인의 삶, 한국인의 일터, 한국문화와 제도로 이어지는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지켜온 민속 문화를 공부할 수 있다. 전시실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도 넓어서 산책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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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레일바이크

옛 도고온천역을 레일바이크 승차장으로 만들었다. 기차가 지나다니던 철길 위를 이제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천천히 여행한다. 철길을 따라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누렇게 익은 논이 정겹다. 왕복 5.2km의 거리를 40분 정도 왕복하다 보면 바람도 좋고, 경치도 좋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레일바이크와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건널목이 나오면 브레이크를 잡는 것도 쏠쏠한 재미. 아기자기한 포토존을 구성해 두어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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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배나영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하고, 여행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의 고정코너 ‘여행왓(What)수다’를 진행한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 광활한 자연과 인간의 문명이 조화로운 곳을 사랑한다. <리얼 방콕>, <리얼 다낭>, <호치민 홀리데이>, <앙코르와트 홀리데이>를 썼다. Instagram @lovelyba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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