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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미운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형 카인이 제물로 농작물을 바치고, 동생 아벨은 양을 바치게 된다. 여호와가 동생의 제물을 더 반기자 질투를 느낀 형이 동생을 돌로 쳐 죽인다. 이렇듯 카인 콤플렉스는 아버지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 간 일어나는 질투와 경쟁을 말한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 소아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는 ‘형제 간 경쟁(sibling rivalry)’이라는 용어를 정립시켰다. 이와 같이 형제, 자매, 남매간의 질투와 경쟁은 가족 내 역동과 분위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건강 및 인격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비록 현실에서는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형이 동생을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지만, 동생의 출현으로 인해 기존에 독차지했던 부모의 사랑을 나눠줘야만 하는 첫째의 심정과 그것에 상응하는 행동은 카인 콤플렉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다고 여기는 첫째는 동생을 미워하게 되어 그를 괴롭히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는 첫째의 행동에 어떻게 해야 하며, 무엇을 가르쳐줘야 할까?

카인콤플랙스

가장 먼저 부모가 갖추어야 할 태도는 첫째의 아픈 마음을 충분하게 알아주고 이해함이다. 생각해보라! 여태까지 부모를 비롯한 모든 가족이 자신에게 눈길과 손길을 주며 사랑을 표현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우는 동생을 달래며 안아준다. 엄마와 함께 장난감 갖고 놀고 싶은 첫째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에 뿔이 난 첫째가 엄마에게 나도 안아달라고 요구했으나, 엄마는 “너는 다 큰 애가 안아달라고 해? 가서 혼자 장난감 갖고 재미있게 놀아. 엄마는 동생 돌보느라 힘들어.”라고 말한다. 청천벽력이다.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오고, 엄마가 혹시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까 불안해지며,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은 바로 너 동생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모처럼 집에 온 할머니도 예전과 다르게 동생의 안부를 먼저 챙기며 역시 동생의 상태를 살피면서 안아준다. 엄마와도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동생 이 녀석이 이제 엄마도 모자라서 할머니까지 빼앗아가는구나! 행동 개시다. 동생을 몸으로 깔아뭉개고 발로 밟으며 심지어 꼬집거나 때리기까지 한다. 그랬더니 동생이 운다.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 동생에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어?” 엄마와 할머니 모두 나를 크게 야단을 치면서 곧바로 동생의 안전을 챙긴다.

첫째는 점차 지능형으로 변화해간다. 어른들이 보지 않을 때 동생을 괴롭히고, 동생을 보살펴주는 척 하다가 몰래 잠깐 괴롭히며, 동생의 잘못을 매번 고자질하며, 동생을 은근슬쩍 비하시키는 발언을 자주 한다. 동생이 점차 커가면서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할 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놀아 달라고 할 때 놀아주지 않는다. 동생이 커나갈 때 더욱 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다면 그에 대한 미움이 더 커지면서 결국 형제 간 갈등과 반목으로 발전하곤 한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의 편애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요 비극적 결말이다. 부모는 동생이 미운 아이의 행동을 빨리 감지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겉으로 드러난 아이의 행동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마음과 감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아이가 수시로 동생을 때리거나 밀치는 경우다. 이것은 동생에 대한 미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미움이 분노로 변해서 폭력성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사실 이 경우에는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공감해주기 어렵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을 용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부모는 단호하게 “안 돼” “그러지 마”라고 얘기해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강한 사람이 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정말 귀찮아. 동생을 갖다 버리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는 경우다. 동생에 대한 미운 감정이 적대감으로 발전해서 노골적인 표현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경우 대개 동생에 대한 열등감이 동반되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동생은 순한 기질인데 비하여 자신은 까다로운 기질로서 부모에게 비교되어 지적을 많이 받는 경우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러한 표현을 삼가게끔 함과 동시에 왜 귀찮은지 그리고 동생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충분하게 말로 감정 표현을 하게끔 한다.

이와 같이 동생을 미워하는 아이의 다양한 행동을 살펴봤다.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부모의 대응전략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부모의 태도와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자주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첫째 아이를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마치 ‘작은 어른’인 것처럼 대하지 않음이다. 첫째도 아직 엄마의 사랑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동생을 본 아이는 인생에서 최초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잘 극복하면 오히려 사회성, 인내심, 양보와 배려, 공감과 협력, 갈등 해결 능력 등이 잘 발달할 수 있다. 미움이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게끔 이제부터 부모가 현명하게 도와주자.

글을 쓴 손석한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