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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이 느린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행동이 느린 아이가 있다.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한눈을 팔며 부모의 속을 태우고, 밥을 먹을 때도 천천히 먹는 것을 넘어서서 갑자기 무슨 생각에 빠진 듯 식사를 멈추며, 글씨를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 시간을 무척 많이 사용해서 정해진 시간 내 과제를 마치지 못하며, 심지어 걸을 때나 움직일 때도 느릿느릿 게다가 말까지 느리게 한다. 아이의 마음에 여유가 있다고 좋게 생각하다가도 누군가 “얘는 왜 이렇게 행동이 느려요?”라는 말을 하면 부모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래들보다 유독 행동이 느린 아이의 원인적 측면과 해법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원인은 선천적 요인 이다.

즉 아이가 기질적으로 느린 성격과 행동 양식을 타고났다는 뜻이다.부모를 비롯하여 조부모, 외조부모, 삼촌, 고모, 이모 등을 떠올려보자. 아이가 누군가의 성격을 빼닮은 것 같지 않은가? 아이처럼 행동이 느린 어른은 없는가? 만일 그러하다면 아이는 그의 유전적 특징을 전달받은 것이다. 이러한 경우 아이는 매우 어릴 때부터 느린 모습을 계속 보여 왔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느긋한 마음가짐에 항상 행동이 느리다. 게으른 성격 탓일 수도 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아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매번 미루는 습성을 보인다. 부모나 교사가 여러 번 지시를 내려도 말로만 “알았어요.”라고 할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설사 행동으로 옮긴다고 할지라도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발달이 느린 아이도 행동이 느리다. 소(小)근육 또는 미세근육의 발달이 느린 아이는 손으로 하는 모든 동작이 어둔하고 느릴 수밖에 없다. 지능 발달이 부족한 아이 역시 과제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부족하고 상황파악 능력도 떨어지므로 행동이 느린 것처럼 보인다.

책을 보고 공부하는 아이들

책을 보고 공부하는 아이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완벽주의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아이는 매우 꼼꼼하고 매사 신중하게 생각하여 행동하므로 수행의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한 가지 과정을 완벽하게 끝내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일의 흐름이 더디다.

책을 보고 공부하는 아이들

세 번째 원인은
의존적 성향
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인 아이가 있다. 특히 어려서부터 부모가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 줬다면, 아이는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것이 반복되어 아이에게 점차 누군가가 내 일을 대신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 생겨난다. 실제로 이러한 아이는 행동을 일부러 천천히 하곤 하는데, 그것은 곧 남이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의미다. 과거에 어느새 엄마가 와서 내 일을 대신해 줬듯이 주변의 누군가가 대신해주기를 기대한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일을 손쉽게 처리하는 셈이다.

책을 보고 공부하는 아이들

네 번째 원인은
수동 공격성이다.

수동 공격성은 능동 공격성에 대비되는 표현이다. 직접적으로 남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는 것이 능동 공격성이고, 간접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이 수동 공격성이다. 그리고 수동 공격성의 결과로서 상대방은 화를 내거나 괴로워한다. 아이가 말로는 ‘알았다’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일부러 매우 천천히 일을 수행하거나 혹은 반대 방향으로 행동하여 부모를 화나게 만든다.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가 매우 부정적인 상태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책을 보고 공부하는 아이들

다섯 번째 원인은
정신건강 의학적인 증상
이다.

만일 아이가 우울 상태에 놓여 있다면 행동이 느려지게 된다. 우울한 아이는 매사 관심과 흥미가 떨어지고, 정신활동이 지연되어 있기에 반응이 느려지고 집중력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도 한 가지 원인이 된다. 대게 ADHD 아동은 산만하고 동작이 급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ADHD 아동은 주로 주의집중력의 결핍 증상만을 보이는데, 이러한 아이는 어른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듣지 못하여 과제에 임하지 않고, 과제를 수행할 때도 딴생각을 하며, 속도가 느리거나 방향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

해법은
원인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기질적으로 느리게 태어났다고 판단되면,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도와주자. 그러면서 아이의 행동이 조금 더 빨라지게끔 요령을 알려주고 연습도 시켜야 한다. 즉 부모는 아이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서서히 작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게으른 성격의 아이에게는 일의 중요성, 우선순위, 시간 관리, 책임지는 법에 대해 가르쳐 준다. 이 일이 왜 중요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일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준다. 우선순위는 해야 하는 많은 일 중에서 중요 순서를 정해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하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시간 관리는 아이에게 시계를 이용하여 과제를 언제까지 마칠지 시간을 미리 정한 후 정해진 시간 내에 과제를 끝내게끔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다. 책임지는 법은 부모가 준 과제를 정해진 시간에 해내지 못할 경우의 불이익(예: 미디어 사용 시간 줄이기, 야단맞기, 스티커 반납, 간식 제한 등)을 감수하게끔 하는 것이다.

소근육의 발달이 느린 경우 결코 서두르거나 아이를 재촉하지 않는다. 아이가 비교적 어려워하지 않는 소근육 과제를 주면서 개별적인 연습을 시켜나간다. 이때 부모의 적절한 보상과 충분한 칭찬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서 점점 난이도를 높여 나가자.
지능 발달이 부족한 아이에게도 쉬운 과제를 먼저 주면서 아이에게 성취의 기쁨과 자신감의 향상을 맛보게 한 후 점차 어려운 과제로 넘어가야 한다.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에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끔 격려해준다. 완벽주의적인 아이는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여 너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세세한 부분에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써서 과제수행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결과보다는 일을 끝까지 마치는 것을 더 중요하게 가르쳐주자.

의존적인 아이에게는 부모의 기다림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지켜보기 답답해도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완성할 수 있게끔 끝까지 기다려주자. 아이가 부모의 도움을 요청해도 그 즉시 도와주지 말고, 다시 한번 스스로 해볼 것을 권유하자. 혹시 도와주더라도 전부가 아닌 일부를 도와주며 마무리를 아이 스스로 해내게끔 한다.

마지막 원인으로서 우울증이나 ADHD 등의 정신건강 의학적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단 과정과 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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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이 느린 우리 아이에게 무조건 행동을 빨리할 것을 재촉하는 대신에 정확한 원인을 알아낸 후 적절한 해법을 제공하는 현명한 부모가 되자.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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