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우리 가족은 바다나 계곡으로 여행을 갔다.
지금은 호텔과 펜션이 잘되어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 숙박시설보다는 텐트가 대세였다.
동해로 놀러 간 우리 가족은 평평한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았고, 형과 나는 아버지를 도와 텐트를 설치했다.
어머니는 가져오신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우리 가족은 즐겁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물놀이와 모래찜질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고, 집에서 가져온 축구공이 생각났다. 나는 모래사장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서 단단한 진짜 축구공을 가져왔다.
TV에서 보니 모래밭에서 축구를 외국 선수들도 생각나고, 맨발로 해보고 싶어 반대하던 가족을 무릅쓰고 챙겨왔다. 형과 나는 모래밭에서 축구를 했고, 이리저리 슛하며 선수가 된 마냥 즐겁게 놀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슛했는데, 잘못 부딪혀서 우리 텐트로 날아갔다.
"어! 아빠~ "하고 소리쳤지만 와장창 소리가 들려왔다. 텐트 앞에 세워둔 휴대용 버너에 부딪혀서 부서져 버렸다.
그때 버너는 지금의 부탄가스처럼 생기지 않았고 동그란 가스통이 들어가는 전문 캠핑 용품이었다. 아버지가 특히 아끼던 물건이었는데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아버지는 30분간 이리저리 고치셨고, 어머니는 형과 나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셨다.
더운 여름 버너와 씨름하시던 아버지는 결국 포기하셨다. 나는 한 번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애써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버너가 고장이 났으니 당장 오늘 저녁거리가 문제였다. 근처 식당을 갈지 버너를 살지 고민하시다가, 아버지는 새 버너를 사오시기로 했다. 아마 2박 3일 음식을 챙겨왔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인근 작은 상점에 버너를 판매하는 곳은 없었고 오래 걸릴 거란 주위 사람 말에 아버지는 가까운 슈퍼에서 베지밀비 몇 병을 급하게 사 오셨다.
바닷가에서 물놀이에 축구에 허기질 때로 허기진 형과 나를 위해 아버지가 선택한 것은 베지밀이었다. 베지밀을 받아들고 냉큼 몇 모금 마시니 속이 든든했고 피로가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베지밀 몇 병을 금세 나눠 마시고 형과 함께 해가질 무렵까지 깊게 낮잠을 자고 나니 텐트 밖에서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들아, 저녁 먹자"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먼 곳까지 갔다 오셨다고 했다.
"그동안 배고팠지" 걱정하셨지만, 우리 형제는 "괜찮았어요"라고 말했다.
베지밀을 먹어서인지 속이 정말 든든했던 기억이 난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잘 때, 텐트 안에서 우리 가족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슈퍼에 베지밀 몇 병이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웃으며 잠이 들었다.
축구공 사건으로 소중한 버너는 잃었지만, 아버지의 사랑과 베지밀의 든든함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여름에 동해로 휴가를 갈 때면 어릴 때 그 맛을 추억하며 베지밀 몇 병을 꼭 챙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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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서울시 은평구 이지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