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밥상 여행


진득한 애수 한 점, 여름 보양식 최고봉

목포 민어

글/사진_손현주(음식 칼럼니스트)

민어는 살에 손대기 전에 탐내야 할 부위들이 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탱탱하게 내놓은 껍데기는 첫 맛으로 일품이다. 껍데기는 참기름과 깨를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꼬들꼬들 낯설고도 ‘고숩다(고소하다의 충청도 사투리)’. 오죽하면 ‘민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밭 다 팔아먹는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두 번째는 부레다. 유일하게 부레를 회로 먹는 생선이 민어다. 고래 힘줄처럼 질겨서 질겅질겅 씹다 보면 담백하고 고소한 히밀라야 야크 치즈가 떠오른다.

하지만 진짜로 먹을 줄 아는 어부들은 쫄깃하고 기름진 배진대기(뱃살)와 꼬리살, 지느러미를 먼저 집어 먹는다. 이 집은 지느러미를 다져서 고추와 파를 넣고 무쳐 내놓는다. 막 기름에 부쳐낸 민어전은 묵은지에 싸 먹으면 별미다. 마지막으로 머리와 뼈를 넣고 끓인 싱건탕이나 매운탕을 먹는다. 살진 기름이 동동 뜬 진국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종횡무진 신나는 생선이 민어다.

글을 쓴 손현주는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여행 작가 겸 사진가로 20년간 잘 다니던 신문사에 홀연히 사표를 내고 2010년 안면도로 귀향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서 글을 쓰고 섬을 떠돌며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쓰며 사진을 찍는 삶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는 신작 『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을 비롯하여 『와인 그리고 쉼』, 『태안 섬 감성 스토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