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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이 있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들의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아마 집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제일 편안하게 여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엄마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항상 엄마를 찾는다.
특히 어릴수록 아이는 늘 엄마를 곁에 두고자 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자라나면서 엄마를 찾는 경향이 조금씩 줄어든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엄마를 눈으로 보지 않아도 혹은 곁에 있지 않아도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의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 심어져 있는 것이다.

분리불안

그러나 어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무척 힘들고 불안하게 여겨서 그야말로 껌 딱지처럼 엄마 옆에 있고자 한다. 이른바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 불안은 사실 발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상적인 과정이다. 만 1세 이하 영아의 경우 엄마 없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보살핌 없이는 자라날 수 없다. 그러나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아이는 세상을 탐색하게 된다. 물론 이 시기에도 엄마는 아이를 결코 혼자 내버려 둘 수 없다. 보살피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엄마의 보살핌이 있어야 아이가 외부 세계에 관심을 가진 후 엄마에게 다시 돌아와 정서적 위안과 휴식을 얻은 후 다시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재접근(rapprochement)’의 시기라고 부른다. 대개 만 2세 정도까지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 즉 엄마와 떨어지기와 함께 있기를 반복하면서 엄마에 대한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를형성하는데 이는 엄마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의 존재를 확신하고 엄마의 속성(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줌)을 믿게 된다.

앞서 언급한 ‘정신적 표상’은 ‘대상 항상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상 항상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정신적 표상’이 불안정해지거나 이중적으로 형성되고, ‘대상 항상성’이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향후 엄마와 아이의 애착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정신적 표상’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이다. 보통 아이가 만2세가 되면 이제 엄마와 떨어질 수 있게 되고, 만 3세가 되면 더 잘 떨어지면서 친구 등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대인관계를 넓혀나갈 수 있다.

분리불안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 그 원인은?

첫째, 기질적 요인이다.

기질이란 아이가 타고나는 일종의 성격과도 같은 특성이다. 기질이 순한 아이가 있는 반면 까다로운 아이 또한 있다. 대개 까다로운 아이는 환경의 변화를 싫어하고, 감정의 기복이 있으며, 불안이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 성향을 보인다. 자신의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엄마가 완화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쏟아 붓기도 한다. 그러니 항상 엄마를 필요로 한다. 기질적으로 높은 불안을 타고 난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면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혹은 엄마가 자신을 떠날까 봐 걱정한다. 이러한 아이는 분리 불안뿐만 아니라 각종 불안들이 넘쳐난다.

둘째, 엄마의 양육 태도의 요인이다.

엄마가 아이를 과잉 보호하여 아이는 점차 엄마에게 의존하게 된다. 엄마의 태도는 아이에게 세상을 위험이 가득한 곳으로 인식하게끔 하고, 실제로 아이에게 늘 조심하라고 강조하며 불안을 심어놓기도 한다. 아이는 엄마의 품과 집만이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아이는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가급적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 경우 아이의 분리 불안과 엄마의 분리 불안이 함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양육태도로는 비일관성이다. 어느 때 엄마는 아이에게 무척 잘해주다가 어느 때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라면 아이는 늘 엄마의 주변을 맴돌면서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셋째, 특정한 사건 요인이다.

아이가 잠든 사이 엄마는 부엌에서 일을 하거나 욕실에서 볼 일을 보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는 잠에서 깨면 울면서 엄마부터 찾는다. 물론 울지 않아도 잠에서 깬 뒤 엄마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엄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반기고, 엄마와 아이 간 상호작용이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가 깬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아이가 울게끔 내버려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컨대 엄마가 잠시 마트에 나가서 장을 보다가 시간이 길어지거나 혹은 장시간 통화를 하여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는 경우다. 물론 이러한 일은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아이가 혼자 두려움에 떨며 엄마를 찾아도 나타나지 않았던 경험을 하게 되면 분리불안이 생겨난다. 실제로 분리불안 증상으로 필자의 병원을 방문한 아이에게 종종 이러한 사연을 듣는다.

넷째, 자조 능력의 부족 요인이다.

자조 능력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컨대 씻기, 먹기, 배설하기, 옷 입기, 신발 신기, 정리정돈하기, 물건 구매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수행해야 하는 행동이 무척 많다. 그런데 지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의 경우 스스로 행동하기 어렵다. 부모의 도움으로 일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아이라면 당연히 부모의 부재는 불안한 또는 불편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늘 붙어 있으려고 한다.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 해결 방법은?

분리불안

가장 중요한 것은 ‘안심시키기’다. 아이에게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건네자. 그런 다음 “엄마가 이따가 너를 다시 만나서 함께 있을 거야. 엄마가 너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늘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덧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말에도 아이가 안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잠을 잘 때 혼자서 자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비록 엄마가 곁에 있지 않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하거나 잠들기 전까지 엄마가 함께 있다가 아이가 잠든 후 나오도록 한다. 혹은 아이의 방문을 열어놓은 채 잠들게끔 하는 등 점진적으로 아이와 서서히 떨어지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만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면 교실 문 앞까지 함께 갔다가 혼자 들여보내자. 다음 날은 현관까지, 그 다음날은 정문까지 함께 가며 천천히 적응시키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아이를 안심시키는 말은 필수적이다. 아이가 성공하면 아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칭찬해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아이가 거세게 저항하거나 여전히 불안도가 높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한다.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압박감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분리불안을 억지로 잠재우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울뿐더러 부모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거나 좌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아이에게 확인시켜 주며 안심시키고,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연습을 하여 아이가 독립성을 획득하게끔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역할이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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