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공부하고 있다. 한 아이는 한 시간째 자리를 뜨지 않고 몰입하는 반면, 다른 한 아이는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놀 궁리를 하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두 아이의 지능이 비슷하더라도, 이처럼 집중력에 차이가 있다면 학업 성취도는 다를 것이다. 집중력이란 하나의 과제에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이며 두뇌의 정신적 활동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집중력은 아이의 학교생활 전반과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우리 자녀가 평소 집중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살펴보고 적절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집중력이 부족한 원인
첫째, 흥미 부족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는 몇 시간이라도 집중할 수 있지만, 책을 읽을 때는 10분을 넘기지 못한다면 흥미가 없는 활동에는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려고 할 때는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둘째, 정서적 불안정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이 편안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는 과제에 집중을 잘한다. 그러나 불안, 슬픔, 분노 등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면, 아이는 과제보다 마음속 갈등에 더 집중하게 된다.
셋째,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경우다.
집중을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단순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어떤 아이들은 공부할 때 '이걸 왜 해야 하지?', '공부를 못하면 어떻게 될까?', '친구들은 지금 뭘 할까?' 같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며 과제에 집중하지 못한다. .
넷째, 주의집중 능력 자체의 결핍 때문이다.
이른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은 뇌의 전두엽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다. 특히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과제에서 더욱 주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현상을 보인다.
원인별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흥미를 유발하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책을 지루해하는 아이에게 짧은 분량의 책을 다 읽도록 한 후 작은 보상을 제공해 보자. 아이는 독서와 보상을 연결 지으면서 책 읽기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독서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하고, 부모가 아이를 칭찬해 주면 자연스럽게 독서에 흥미가 생긴다. 절대 책 읽기를 벌로 삼아선 안 된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그에 대한 벌로 책 읽기를 시킨다면, 오히려 아이는 독서를 벌과 연결 지어 더욱 싫어하게 될 것이다.
둘째,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하기
아이가 불안하거나 긴장된 상태라면 공부나 다른 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하거나 미워한다면, 당분간 엄마와 아이가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구와 갈등이 있다면, 갈등을 푸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다. 감정이 정리되어야 아이의 집중력도 살아난다.
셋째, 생각을 단순화하는 훈련하기
아이가 공부하면서 자주 떠올리는 생각을 글로 적어 보게끔 한 다음에 부모가 그 생각에 대해 답변해 주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불필요한 생각을 차츰 정리할 수 있고, 과제를 할 때는 그 활동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주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
ADHD와 같은 심각한 주의 집중력 결핍이라면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주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도록 하자.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일상 속 주의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원인별 해결 방법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 아이의 주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시각적 집중력 향상 활동하기
보드게임, 체스, 장기, 바둑 등은 아이가 시각적으로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아이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또한 숨은 그림 찾기, 서로 틀린 곳 찾기, 빠진 곳 찾기 등도 좋다.
둘째, 청각적 집중력 향상 활동하기
끝말잇기, 숫자를 그대로 따라 외우거나 거꾸로 외우기, 들은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 활동들이므로 청각적으로 주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셋째, 도움이 되는 식품 섭취하기
우선, 오메가-3 지방산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 세포막의 구성요소로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을 활성화해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DHA는 뇌신경이나 세포막을 만들어서 뇌 기능을 유지해 주고, 뇌의 혈액 흐름을 증가시켜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한다. DHA와 함께 꽁치와 고등어,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EPA 역시 오메가-3 지방산으로 두뇌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
또한 미네랄 섭취가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이 중요하다. 칼슘은 신경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도우며, 우유, 요구르트, 멸치, 말린 새우, 다시마, 브로콜리 등에 풍부하다. 마그네슘은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산을 돕는다. ADHD인 아동을 분석한 결과, 약 95%가 마그네슘이 부족하였다고 한다. 마그네슘은 콩류, 두부, 바나나, 견과류 등에 많다. 아연도 역시 두뇌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굴, 감자, 소고기, 우유 등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의 집중력을 높여 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경험 제공, 정서적 안정감 확보, 잡념 줄이는 훈련, 집중력 강화 활동 및 식품 섭취가 필수적이다. 아이가 조금씩 변화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