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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콩 이야기

콩에서 탄생하는 무궁무진한 비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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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음식으로 진화하는 콩

비거니즘은 이제 유행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되었다. 한때는 육류를 철저히 배제하는 엄격한 식단으로 인식되던 비건 문화는, 오늘날 패션·뷰티·여행 등 일상 전반에 녹아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식물성 단백질’이 있다. 특히 콩은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단순한 육류 대체를 넘어 기능성과 맛까지 갖춘 핵심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콩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과 세포를 유지하고 대사 작용을 돕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비건 식단에서 콩은 그 공백을 충실히 메워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검은콩, 병아리콩, 렌틸콩은 물론, 이들을 가공한 두부와 템페, 콩고기 등은 고기 못지않은 식감과 풍미를 제공하면서도 영양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두부는 소화가 잘되어 위가 예민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들이 모여 비건 식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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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으로 만든 갈비, 그 이상의 맛

비건 식품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말 그대로 동물성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기반 제품이다. 환경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기의 식감과 맛을 최대한 살린 식물성 고기가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 대체육은 단순히 고기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미식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맛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결국 대체육의 관건은 얼마나 고기의 풍미와 식감을 비슷하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얼마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연복 셰프가 검은콩으로 만든 고기를 소개했다. 이름은 ‘고갈비’, 고기가 없는 갈비라는 뜻이다. 조리 과정은 정성스럽지만 복잡하지 않다.

1 종이컵 3컵 분량의 검은콩을 8시간 동안 불린 후 콩 껍질을 손으로 살살 밀어 벗긴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고기의 식감을 위해 껍질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2 손질한 콩은 양파와 감자, 견과류, 마늘, 생강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준다

3 글루텐 가루 2컵을 넣고 콩반죽을 치댄다. 글루텐 가루는 밀, 보리 등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가루로 콩고기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다.

4 새송이 버섯을 도톰하고 길게 썰어 갈빗대를 연출하고 콩고기를 도톰하게 감싼다.

5 기름을 두른 팬에 콩고기를 노릇하게 굽다가 양념(간장 2T, 설탕 1T, 다진 마늘 1/2T, 물엿 1/2T)을 넣고 졸인다.

6 고기 색깔이 날 때까지 약불에서 졸이면 완성!

콩으로 만든 갈비

색감, 향, 맛 모두 영락없이 갈비 그 자체다. 이렇게 만든 대체육은 마다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모두 작은 콩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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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의 극락 버거

대체육 햄버거

종교계에도 비건 열풍은 예외가 아니다. 지리산 화엄사에서 최근 선보인 ‘극락버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육식을 금하는 절에서 햄버거라니, 다소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이 버거는 번부터 패티, 소스, 치즈까지 모두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다. 콩으로 만든 대체육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출시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극락버거의 맛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맛을 본 소비자들은 뛰어난 버거의 맛에 놀라움을 표했다.

화엄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한 비건 업체는 콩단백질로 만든 패티를 실제 소고기 못지않은 풍미를 구현하기 위해 약 1년이란 시간 동안 고군분투를 했다. 무엇보다 이 버거가 소비자의 마음을 훔친 이유는 소스에 있다.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와 캐슈넛으로 만든 비건 마요네즈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섞어 감칠맛과 매콤함을 더했다. 단순히 비건 음식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인 맛의 정체성까지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그 덕분에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비건이라는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맛있는 버거’ 그 자체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대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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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에서 시작된 비건 혁명

콩

셰프의 손끝에서 태어난 콩 갈비, 절에서 탄생한 비건 버거. 이 두 가지 음식만 보더라도, 비건 식문화는 이제 더 이상 소수의 선택지가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식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비건 음식은 단순히 육류의 대체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철학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맛의 경험이 된다. 콩에서 출발한 이 변화는 앞으로 K-푸드의 다양성과 방향성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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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소개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영양사 출신의 요리 연구가 및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쿠킹 클래스, 인문학 강의, 방송, 심사의원까지 다채롭게 활동 중이다.
한국일보 <이주현의 맛있는 음식인문학>외 다양한 칼럼을 통해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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