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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

천사 같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우리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고, 점점 더 떼를 부리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주변 부모들이 아이의 떼쓰는 버릇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며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을 땐 ‘우리 아이는 설마 저러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대개 아이들은 생후 24개월쯤부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흔히 인생에서 첫 번째 반항기라고 불리며, 제2의 반항기는 잘 알려진 대로 사춘기다. 서양에서는 ‘the terrible two'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떼를 쓰는 것일까? 여기에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떼를 쓰는 이유는?

첫째, 자기 독립성의 선언이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보살펴 주는 부모의 의견에 따랐으나, 이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게 의존적인 존재로부터 점차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이의 떼쓰기가 꼭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욕구 불만의 표현이다.
원하는 것을 부모가 응하지 않을 때 아이는 곧바로 떼를 쓰고, 간혹 부모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하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으로 떼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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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종의 자기주장이다.
아직 언어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려 한다. ‘아니다’ 혹은 ‘싫어’라는 말을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떼쓰기라는 무기를 사용한다.

넷째, 관심을 끌기 위함이다.
아이가 떼를 쓰면 부모가 와서 말을 건네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려 한다. 심지어 부모가 아닌 다른 어른들도 관심을 갖는다. 결국 떼쓰기는 효과적인 관심 끌기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의 떼 쓰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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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떼를 쓰는 방식은 다양하다. 바닥에 드러눕고 사지를 마구 흔들기도 하고, 숨을 참고 버티는 아이도 있으며, 목이 쉴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다. 특히 ‘분노발작(temper tantrum)’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아이가 울고 소리를 지르며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아이는 자기 머리를 쿵쿵 바닥에 박거나, 혹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자해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다양한 행태로 떼를 쓸 때 부모는 당황하거나 걱정하게 된다. ‘저러다 정말 크게 다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이제 그만해! 네 말 들어 줄게.”라며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에게 굴복하여 넘어가는 것이다. 아이의 떼쓰기를 멈출 수 있지만, 떼쓰기의 위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향후 다시 이 방법을 찾을 것이다. 결국 아이의 떼쓰기 행동이 강화된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떼쓰기를 하다가 심각하게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숨을 참는 아이도 결국 스스로 숨을 쉬게 되며, 머리를 박는 아이도 자신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머리를 박는다. 주변에 날카로운 물건이 있어서 실수로 다치지 않는 이상 부모가 과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떼쓰는 아이,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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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떼를 쓰는 이유를 파악하자.
아이가 떼를 쓰는 행동의 이면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이유 없이 떼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모가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를 뿐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가 떼를 쓰는 이유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아서인지, 밥을 먹으라는 말에 반항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있는 이유를 아이에게 물어 볼 수 있다.

둘째, 요구를 들어줄지 말지를 판단하자.
아이의 떼쓰는 이유가 나름대로 타당하다면, 즉시 들어주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가령 부모가 남자아이에게 파란색 옷을 입히려는데 아이가 빨간색 옷을 입겠다며 떼를 쓴다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옷의 색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빨간색 옷을 입자.”하며 빠르게 상황을 종결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기회에 아이의 고집을 꺾어야 나중에 편해져.’라는 생각에 아이의 주장을 무시하고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떼쓰기가 상당 시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 아이의 뜻대로 하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배탈이 난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떼를 쓴다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카시트에 앉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 역시 고집을 꺾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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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무시하도록 하자.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를 결정했다면, 아이가 아무리 떼를 써도 무시해야 한다. 아이를 앞에 두고 무시하기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럴 때는 부모가 자리를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라는 훌륭한 관객이 사라지고 나면, 이 꼬마 연극배우에게는 더 이상 연기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떼쓰기를 멈출 것이다.

넷째, 신체적으로 제압하자.
아이가 극도로 흥분하여 공격적인 행동까지 보일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최후의 수단이나 체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아이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으로 부모의 몸을 이용해서 제압하도록 한다. 부모의 몸으로 아이의 몸을 완전히 감싸 안아서 움직이지 못하게끔 한다. 이때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엄한 표정을 짓는 것이 좋다. 이때 부모가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면 오히려 아이도 더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므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워낙 힘이 세서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엄마들이 있는데, 평균 50∼60kg의 체중을 가진 엄마와 10∼20kg의 체중을 가진 아이 간의 몸싸움을 상상한다면 결과는 매우 분명하다. 부모가 신체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에, 아이는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진정하면 신체적 제압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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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나중에 설명해 주도록 하자.
떼쓰기가 끝난 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훈육하도록 한다. 이렇게 행동하면 좋을 것이고, 이러이러한 점이 잘못이라는 말을 아이에게 반드시 해줘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떼를 쓰는 순간에 설명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부모도 감정적으로 흥분할 가능성이 높고, 아이 역시 흥분한 상태에서는 부모의 말이 귀에 제대로 들어올 리 없기 때문이다.

강조

어린 시절의 떼쓰기는 성장 과정에서 통과 의례와 같다.
하지만 부모가 적절히 대처해야
아이는 떼쓰기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건강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 될 것이다.

강조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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