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이정희님
어릴 적 더운 날이면 대청마루에 앉아 할머니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콩국수를 지켜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부지런히 콩을 불리고, 가마솥에 삶아낸 뒤 정성스레 맷돌을 돌려 곱게 거른 콩물. 몇 번이고 채에 내려 잡티 하나 없이 곱게 만들던 그 손길을 기억한다.
“할머니, 아직 멀었어요?”
기다림이 길수록 콩국수는 더욱 맛있어졌다. 진한 콩물에 탱글한 면발을 말고, 소금 간을 더한 뒤, 오이채를 살짝 올렸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으면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더위도 잊었다.
이제는 연로하신 할머니께서는 요리를 하지 않으신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간단요리사 진한 콩국물’을 접하게 됐다. 콩을 통째로 갈아 그대로 만든 콩국물이라니! 할머니의 콩국수에서 느꼈던 그 깊은 맛을 다시 맛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차올랐다.
“할머니, 오늘은 제가 콩국수를 대접할게요.”
면을 삶고, 냉장고에서 간단요리사 진한 콩국물을 꺼내 면 위에 부었다. 너무 쉽고 간단해서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맛을 본 순간 걱정이 사르르 사라졌다. 마치 할머니의 맷돌 앞에 앉아 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할머니께서 조용히 한 숟가락을 뜨셨다. 그리고 천천히 음미하시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셨다.
“우리 손녀가 이젠 내 손맛을 잇는구나.”
그 한마디에 목이 메었다. 간단요리사 진한 콩국물 덕분에 소중했던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올여름도, 그리고 앞으로 여름도, 간단요리사 진한 콩국물과 함께 추억과 맛을 즐겨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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