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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부모, 왜 문제일까?

원인과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글_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아이

마치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며, 지나치게 간섭하고 지시하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한다.
아이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어린 시기부터 과잉보호를 하다 보면, 아이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키워내기 어렵다.
그 결과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 부모는 아이의 대학 수업과 직장 생활에도 관여하고
관련 교수나 상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왜 헬리콥터 부모가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양육 방식이 아이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왜 헬리콥터 부모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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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원인: 아이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한다.
불안이란 말 그대로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걱정을 하게 되는 감정적 상태를 말한다. 내 눈앞에 아이가 보여야만, 그래서 무엇을 하는지 곧바로 확인해야만 불안한 마음이 수그러든다. 이것은 과히 병적(病的)인 수준에 가깝다. 발달 과정에서 아이는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을 경험한다. 분리불안은 부모와의 애착 형성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대개 생후 6∼7개월부터 생겨나기 시작해서 만 2∼3세 정도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우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로 발전하기가 쉽다. 분리불안장애가 생긴 아이들은 주 양육자와 떨어져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가는 것을 견디지 못해 심하게 울거나, 두통과 복통 같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치료가 필요한 ‘병(病)’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리불안이 헬리콥터 부모에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없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소홀하게 대하면 어떡하지?’, ‘친구들이 우리 아이를 괴롭히면 어떡하나?’ 얼핏 보면 부모라면 누구나 다 걱정할 내용 같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의 차이에 있다. 헬리콥터 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잘 못 지낸다는 단서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쳐, 아이 역시 불안 성향이 높아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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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인: 자신의 판단이 모두 옳다고 믿는다.
이는 단순한 자신감을 넘어 자기애적 태도에 가까울 수 있다. 자신의 생각대로 아이가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는 늘 아이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매번 평가한다. “그렇게 하면 안 돼.”, “맞아, 그렇게 해야 해.”와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마치 주문처럼 말한다. 부모는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리 짜 놓은 시간표에 따라 아이를 움직이게 하고, 심지어 친구 관계까지 통제하려 든다. 부모가 자녀의 생각을 대신하고, 행동을 일일이 지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 부모에게 아이들은 처음에는 ‘안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버거움’을 느낀다. 이후 ‘무서움’으로 바뀌고, 끝으로 강한 ‘거부감’과 ‘분노’, 그리고 ‘반항’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결국 부모-자녀 관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세 번째 원인: 아이를 독립된 존재가 아닌 소유물처럼 여긴다.
소유욕은 인간의 본성이다. 다른 사람이 가진 물건을 볼 때 나도 갖고 싶어진다. 그런데 ‘물건’이 아닌 ‘자식’에 대해서 강한 소유욕을 보이는 부모가 꽤 많이 있다. 자녀를 개별적인 인격과 취향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과 비슷하게 여기는 것이다. 부모가 원할 때 아이에게 영어를 공부시키고, 악기를 배우게 하며, 휴식 시간과 놀이 시간까지 정해 준다. 놀이의 방법과 놀 장소는 물론 누구와 놀지도 정해 준다. 이처럼 아이의 일상을 모두 부모가 결정하게 되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충분히 쌓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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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부모의 양육 방식은
자녀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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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성격 형성의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헬리콥터 부모의 자녀는 의존적인 성격을 갖게 되기 쉽다. 중요한 결정은 물론, 사소한 결정까지 부모의 간섭을 받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적에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무렵 사춘기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반복적으로 제지당하면,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의 간섭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만일 지금부터 내 아이가 “엄마, 우유 마셔도 돼요?” 또는 “엄마, 무슨 옷을 입어야 해요?”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곧바로 “그럼, 되지.”라거나 “파란색 바지를 입어.”라고 대답해 주는 대신에 부모 자신을 점검해 보자.

혹시 내가 헬리콥터 부모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다음과 같이 다르게 대답해 보라. “하은아, 그것은 엄마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네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을 해 주어서 아이가 부모에게 보이는 의존적 성향을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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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회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헬리콥터 부모 자녀의 사회성 결핍은 상당 부분 후천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친구들을 조심해야 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위험하니까 다가가지 마.”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세상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개방적인 태도를 갖기 어렵다. 제한된 만남과 교류의 기회는 아이들의 사회성 습득에 상당한 결함을 초래할 수 있다. 부모의 과잉 간섭도 문제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이터에 있을 때 “놀다가 손이 더러워진다.”라며 다시 집으로 데려오면, 청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쉽다. 그 결과 건강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의 발달이 더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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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성취 능력에 한계를 만든다.
헬리콥터 부모의 자녀는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가 아이의 학습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끊임없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성취는 일정 시점 이후 명백한 한계에 부딪힌다. 학습의 양이 많아지고, 공부의 방법이 더 다양해질수록 그 모든 것을 부모가 감당하기에는 당연히 어려움이 따른다. 설령 아이가 학업 능력이 뛰어나 이 과정을 잘 소화했다고 해도, 문제는 대학교에 진학한 뒤 생긴다. 부모가 지정해 준 학원과 골라준 교재에서 벗어난 공부를 하려니 어려움이 생긴다.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니, 효율적인 공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인이 되면 사회에서도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 회사에 들어가건 또는 자기 사업을 하건 간에 자신의 능력을 충분하게 극대화해서 발휘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헬리콥터 부모의 자녀는 최종적으로 피할 수 없는 한계를 만난다. 시험으로 평가를 받거나 혹은 구체적으로 주어진 일은 훌륭하게 성취해 갈 수 있으나, 창조적이거나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그 결과 의미 있는 성과를 끌어내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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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정신적 성숙이 늦어질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20세 이전에 성숙이 거의 완성되어, 부모보다 체격이 훌쩍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적인 성숙의 관점에서 보자면 20대 중반, 아니 후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청소년의 특성을 그대로 보이는 ‘아이 같은 성인(childish adult)’을 진료실에서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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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독립된 한 명의 성인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면,
헬리콥터 부모는 이제 아이 곁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글_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로서 현재 연세신경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서 홈페이지에 슈퍼맨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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