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운동, 꼭 필요할까요?
한때는 임신부에게 “가만히 쉬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와 국제 가이드라인은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별한 의학적 문제가 없다면, 임신 전부터 하던 운동은 계속 이어가는 것이 좋고, 운동 경험이 없다면 가벼운 활동부터 조금씩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죠.
운동의 효과는 단순히 체중 조절에 그치지 않습니다.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을 예방하고, 요통이나 변비, 수면장애, 우울감 같은 흔한 불편을 덜어주는 데도 도움이 되죠. 골반저근이 강화되면 분만과 산후 회복이 한결 수월해지고, 태반 혈류와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아기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임신 시기별 추천 운동
임신 초기(1~12주)
입덧과 피로가 심한 시기이므로 체력 소모가 적은 활동이 적절합니다. 하루 20~30분 가벼운 걷기, 맨손 스트레칭, 임산부 요가가 좋습니다. 단, 하복부 통증이나 질 출혈, 현기증이 나타난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임신 중기(13~27주)
안정기에 해당해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균형 있게 진행하기 좋습니다. 수영이나 고정식 자전거 같은 전신 유산소 운동, 저항 밴드를 활용한 팔·다리·등·둔근 강화 운동을 권장합니다. 골반저근(케겔) 운동을 병행하면 요실금 예방과 자세 안정에도 효과적입니다.
임신 후기(28주 이후)
배가 커지면서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넘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느린 걷기, 골반·고관절 중심 스트레칭, 복식호흡·이완호흡 연습이 적절합니다. 분만을 앞두고는 호흡과 이완, 자세 전환을 반복적으로 연습해두면 진통 조절과 회음부 손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임산부에게 좋은 운동은?
임산부가 안심하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아쿠아로빅, 임산부 요가·필라테스, 케겔 운동이 있습니다. 걷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관절에 부담이 적고,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은 물의 부력 덕분에 허리와 골반 부담을 줄이면서 전신 순환을 촉진합니다. 요가와 필라테스는 유연성을 높이고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며, 호흡 조절 능력까지 향상합니다. 케겔 운동은 골반저근을 강화해 요실금과 골반 장기하수를 예방하고 산후 회복에도 효과적입니다.
안전하게 운동하려면
운동 강도는 ‘숨은 조금 차지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적당합니다. 통풍이 잘되는 복장, 환기된 공간을 선택하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세요. 반대로 무거운 물건 들기, 복부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운동, 접촉 스포츠는 피해야 합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의료진을 찾아야 합니다.
질 출혈, 양수 누출
규칙적인 자궁 수축, 복부 경련
호흡곤란, 흉통, 어지럼증
심한 두통이나 시야 장애
다리 한쪽의 붓기·통증
한편, 조산 고위험군이나 전치태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당뇨, 심장·폐 질환 등은 애초에 운동이 금기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 후 진행해야 합니다.
운동은 임신부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처방’ 중 하나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움직이는 습관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입니다. 주치의와 상담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글_산부인과 전문의 최윤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 후, 차의과대학교 산부인과학교실 외래교수 및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정책학 과정중인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이유여성의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CJ 올리브영 W케어 자문 의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