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의 허브 대전은 다채로운 매력으로 도시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관사촌과 옛 도청사 같은 근대문화유산이 남아있는 원도심, 수목원 옆에 위치한 멋진 미술관들,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과 빵집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전 외곽으로 나서면 대청호와 자연휴양림이 있어 자연을 벗 삼아 나들이하기도 좋다.
< 추천여행코스 >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 장태산자연휴양림
가을이면 대전에 사는 친구가 부러워진다. 대전역 앞에서 출발하는 시내 버스를 타면 1시간 만에 장태산 자연휴양림에 내려앉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장태산자연휴양림은 1972년부터 심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종종 보지만, 이렇게나 근사한 숲은 유일하다. 이곳은 장태산 기슭 24만 여평에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던 고 임창봉씨의 민간 자연휴양림이었는데, 2002년 이후 대전광역시에서 인수해 더욱 울창하게 관리하는 중이다.
여름에 짙푸른 녹색으로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나무들도 근사하지만, 장태산자연휴양림을 1년에 딱 한 번만 가야 한다면 가을이어야 옳다. 짙은 오렌지색으로 물든 메타세쿼이아 숲이 따뜻하고 찬란하다. 약 35m 정도로 자란다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을 끝없이 올려다보기가 아쉬워서 나무 사이로 스카이웨이를 냈다. 지상 10~16m 높이의 스카이웨이에서 나무와 눈높이를 맞춰 걸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예쁜 생태연못을 가로지르는 길도 화사하고, 메타세쿼이아 산림욕장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평화롭다. 산림욕장의 시원한 나무 아래 평상과 벤치, 선베드를 두어 도시락을 먹거나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산림욕장 어귀에 막걸리와 김치전을 파는 구멍가게도 있으니 출출함을 핑계로 들러보자.
장태산자연휴양림
주소 대전 서구 장안로 461
전화 042-270-7885
충남도지사 관사촌, 테미오래
테미오래라는 이름이 참으로 낯설지만 ‘테미’는 이 지역의 옛 명칭이며, ‘오래’는 골목에 대문을 마주한 집들이 있는 마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테미로 놀러 오라는 뜻과 오래된 테미라는 두 가지 뜻을 지녔다. 아직도 대전 사람들에게는 관사촌으로 불리는 동네다.
옛 충청남도 도지사 공관과 관사 건물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골목만이 간직한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느낌이 물씬 난다. 관사마다 개성 있게 꾸며두어서 한 채씩 들어가서 정원과 내부를 둘러보며 스탬프 투어를 하는 재미가 있다. 1호 관사의 테미체험관은 사진 찍기 좋고, 2호 관사의 테미놀이터에는 아이들의 놀거리가 가득하다. 5호 관사의 테미메모리에는 옛 추억이 넘실거린다. 6호 관사의 테미갤러리를 둘러보고, 7호 관사에서 커피 한잔을 즐겨보자.
테미오래
주소 대전 중구 보문로205번길 13
전화 042-335-5701
테미오래 도지사공관은 25년 10월 현재 공사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다. 문화관광해설을 예약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보면 더욱 즐겁다.
웅장한 옛 충남도청사, 근현대사전시관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이자 옛 충남도청사인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의 육중한 건물이 근사하다. 내부에서 열리는 상설 전시나 특별전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1930년대 초에 지어진 그대로 보존되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시관 자체가 참 볼만하다.
상설 전시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약 100년에 이르는 대전의 근현대사를 꼼꼼하게 기록해 보여준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개통되고 신흥도시로 발전하는 대전의 옛 모습들을 사진으로 엿본다. 구한말의 구국운동과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한국전쟁의 아픔뿐만 아니라 폐허를 딛고 성장한 도시의 모습, 대전엑스포 같은 행사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펼쳐진다.
근현대사전시관
주소 대전 중구 중앙로 101
전화 042-270-4537
세계적인 작가와 작품들, 이응노 미술관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장인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근사한 미술관이다.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에 햇살이 드리워져 진한 명암을 드러내는 그림자가 멋스럽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작가의 ‘문자 추상’, ‘군상’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이 고요한 벽에 걸렸다. 파리에서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하고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던 화백의 사진도 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장인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근사한 미술관이다.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에 햇살이 드리워져 진한 명암을 드러내는 그림자가 멋스럽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작가의 ‘문자 추상’, ‘군상’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이 고요한 벽에 걸렸다. 파리에서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하고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던 화백의 사진도 보인다.
이응노미술관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7
전화 042-611-9800
< 추천 숙박 >
대전역 근처에는 오래된 모텔에서부터 새로 단장한 작은 호텔들,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몰려있다. 정부대전청사 주변으로는 조금 더 깔끔한 네임드 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을 찾아볼 수 있다. 충남대 및 카이스트와 가까운 유성온천역 근처에도 가성비 좋은 호텔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서는 휴양림 안에서 머물 수 있는 숲속의 집을 운영하는데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대전의 맛
대전역 앞에서부터 구도심까지 단골들을 끌어모으는 칼국수집과 두부두루치기집, 블루리본에 빛나는 콩나물밥집과 대전의 명물 성심당까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숨은 맛집들을 찾아가 보자.
< 30년이 넘은 맛집, 왕관식당 >
왕관식당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는 기분이 심상치 않다. 이런 골목에서도 오래도록 살아남았으면 진정한 맛집일 수밖에 없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식당 유리창에 블루리본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고소한 콩나물밥의 냄새가 가득하다. 이 집만의 비법 양념장에 콩나물밥만 비벼 먹어도 맛있을 텐데, 육회까지 곁들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육회를 좋아한다면 1인당 한 접시는 먹어줘야 한다. 하루에 딱 2시간만 영업을 하니 시간을 잘 맞추어 가자.
왕관식당
주소 대전 동구 선화로196번길 6
전화 042-221-1663
가격 콩나물밥 6,000원, 육회(소) 7,000원, 육회(대) 10,000원
< 물총조개가 듬뿍 오씨칼국수 >
대전역 근처에는 칼국수 집이 많다. 물류의 중심 대전에서는 예부터 밀가루 유통이 활발했고, 일제강점기에는 밀가루로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칼국수와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이 발달했다. 수많은 칼국수 집이 성업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오씨칼국수를 추천한다. 물총조개를 넣고 끓여서 감칠맛이 끝내주는 국물에 부드러우면서도 꼬들한 면발을 맛보면 줄 서는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물총조개를 좋아한다면 푸짐한 물총탕도 추천한다. 순감자전도 맛있다.
오씨칼국수
주소 대전 동구 중앙로204번길 75 갑을회관
전화 042-255-0850
가격 물총칼국수 9,000원, 물총탕 14,000원, 순감자전 10,000원
< 백년가게 진로집 >
대전 구도심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진로집은 언제 가도 사람이 많다. 오픈런이 아니면 줄을 설 각오를 하고 찾아가자. 진로집의 두부두루치기를 맛보면 사람들이 왜 줄을 서서 먹는지 이해가 간다. 순한 맛은 두부의 고소한 맛이 느껴져서 좋고, 중간 매운 맛은 매콤하고 칼칼해서 좋다. 두부두루치기 자체도 맛있는데 통통한 오징어가 들어간 두부오징어는 야들야들한 오징어의 씹는 맛까지 더해진다. 두루치기의 양념이 입에 맞으면 칼국수 사리를 추가해 보자. 잡내 없이 깔끔한 수육도, 칼국수도 모두 맛있다.
진로집
주소 대전 중구 중교로 45-5
전화 042-226-0914
가격 두부두루치기(소) 13,000원, 두부오징어 18,000원, 수육(소) 18,000원
< 대전의 명물 성심당 >
성심당에 가려고 일부러 대전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대전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성심당에 들르지 않으면 무척 아쉽다. ‘대전하면 성심당’, ‘대전여행 기념품은 성심당 튀김소보로’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1956년 대전역 앞의 작은 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타 지역에 지점을 내지 않겠다는 대전만의 향토기업이다. 맛있고 가성비 좋은 튀김소보로와 딸기 시루, 망고 시루 같은 인기 제품을 맛보기 위해 본점과 케익부띠끄가 있는 중앙로에 매일 긴 줄이 늘어선다. 성심당 대전역 지점은 밤 10시 30분까지 여니, 기차역에서 사들고 집으로 올라가도 좋겠다.
성심당 본점 (1588-8069) 대전 중구 대종로480번길 15
성심당 케잌부띠끄 (1588-8069) 대전 중구 대종로 480
성심당 대전역점 (1588-8069) 대전 동구 중앙로 215 대전역사 2F
가격 튀김소보로 1,700원, 튀소구마 1,700원
글/사진_배나영
<리얼 국내여행>, <리얼 방콕>, <리얼 코타키나발루> 등을 썼다. 북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한다. Instagram @lovelybaena